[TREND REPORT] 듀나의 시네마투어 엘사에게 사랑 따윈 필요 없어
INNOCEAN Worldwide 기사입력 2014.07.14 05:17 조회 12381


여기서 중요한 건 ‘남자애’다. 남자애들은 허구 속 여자애들을 따라 하는 걸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공주세계인 디즈니사의 만화 주인공인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엘사의 경우는 예외였다. 심지어 나는 트위터에서 스타킹을 꼬아 엘사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뒤집어쓴 남자애의 사진까지 봤다. 서점이나 마트에서 ‘렛잇고’가 나오면 우르르 몰려들어 엘사의 손짓을 흉내 내며 “레리꼬!”를 외치는 아이들 절반도 남자애들이다. 무언가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고 그 결과 남자애들이 몸매가 다 드러나는 얼음 드레스를 입은 지극히 여성적인 외모의 캐릭터를 따라 하는 것이 전혀 창피하지 않다는 태도가 일반화된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하긴 엘사는 기존 디즈니 주인공들보다 SF의 주인공에 가깝다. 주변 사람들은 마법이나 저주라고 하지만 엘사의 힘은 그보다는 코믹북 초능력에 가깝다. 덕후층 팬들은 영화가 나오자마자 엘사와 <엑스맨>의 프로페서 엑스나 마그니토가 만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렇다면 공주님이나 여왕님을 흉내내는 게 아니라 원더우먼이나 캣우먼을 흉내 내는 것과 비슷한데…. 그래도 좀 이상하잖아!
여기서 조금 더 머리를 굴려보니 한 가지 더 재미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섹시한 외모와는 달리 엘사는 예상외로 캐릭터의 성역할과는 관련이 없는 캐릭터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자신의 여자주인공을 이렇게 다룬 적은 없었다. 늘 연애를 하는 남자 상대가 있었고 로맨스로 끝났다. 여성 캐릭터가 여기에서 벗어난다면 이유는 단 하나. 악역이었기 때문이다. 하긴 <겨울왕국> 초기엔 엘사가 악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안티 프로타고니스트 쪽에 더 가까운 역이었다고 들었다. 엘사에게 끝까지 남자친구가 없는 건 그 ‘부작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엄청나게 긍정적이다. 엘사는 자신만의 격렬한 드라마를 거치지만 그 과정 중 굳이 남자와 의무적인 연애를 할 필요는 없다. 엘사의 위치는 여주인공이 아닌 그냥 주인공이며 그 과정 중 겪는 갈등도 굳이 한쪽 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여기서 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 빠졌다는 게 아니라 원래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남자 파트너와의 연애 이야기가 제거되어 있기 때문에 엘사는 종종 퀴어 캐릭터로 이해된다. 남자와 연애를 하지 않아서 게이로 의심받는다기보다는 엘사가 영화에서 겪는 내적 갈등은 전형적인 퀴어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히트곡인 ‘렛잇고’만 해도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커밍아웃 노래의 클래식으로 남용될 게 뻔하다. 팬들은 엘사와 동생 안나의 관계를 근친상간으로 해석하길 좋아한다. 약간 아찔하긴 하지만, 두 캐릭터의 감정이 워낙 깊고 화학반응도 좋으니 역시 이해할 만은 하다.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최초 한국인 수석 애니메이터 김상진(56)의 엘사 스케치컷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엘사가 퀴어나, 퀴어 메타포라는 것이 아니라, 굳이 자신을 여성이라 선언하지 않으면서도 모두에게 공감이 가고 의미 있는 캐릭터로 남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드라마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쿨하기도 하다. 몇몇 용감한 남자애들이 헤어스타일을 따라 할 정도로. 엘사의 손동작을 흉내 내며 “레리꼬!”를 외쳐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결국 모든 것은 가능성의 문제이다. 디즈니 공주이건, 마블 유니버스의 스판덱스 차림 슈퍼 영웅이건, 이들은 완전히 조각되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처럼 무엇이든 되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과연 완전히 탐사되어왔는가?
여러분은 <인어공주>의 히트 이후 디즈니가 꾸준히 자신의 여성 캐릭터들을 개량해왔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벨, 포카혼타스, 뮬란, 라푼젤 등은 모두 이전의 디즈니 공주가 하지 못한 일들을 해왔다. 구출당하는 공주 역할에서 벗어났고, 이성애 관계에서 동등한 위치를 차지했고, 심지어 혼자 힘으로 조국을 구했다.
분명히 꾸준한 발전과 진보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방향으로의 진보는 아니었다. 디즈니 여성 캐릭터들의 개량은 대부분 남자들과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남성 세계에서 인정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분명 발전이지만 방향은 여전히 제한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예외는 <릴로와 스티치>의 릴로 정도일 텐데, 얘는 그런 기준에 맞추기엔 너무 어리다.
<겨울왕국>은 최근 디즈니의 이야기꾼들이 여성 캐릭터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여기엔 픽사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단지 픽사의 여성 캐릭터 활용은 디즈니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디즈니가 전통적인 여성 주인공을 개량해왔다면, 픽사는 늘 조연에 머물렀던 여성 캐릭터를 슬슬 주연 자리로 옮겨놓으려 하는 중이니까.
픽사가 정반대 방향에서 비슷한 도전을 해서 내놓은 작품이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픽사의 평작으로 여겨지는데, 미안하지만 <카 2>(나는 심지어 이 영화도 과소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다)나 <몬스터 대학>보다 훨씬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의미도 크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영화 역시 주인공인 공주 메리다의 모험을 남성과의 로맨스 바깥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메리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성장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연애 같은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것 없이도 영화는 만족스러운 결말을 맺는다.
<겨울왕국> 역시 같은 방향을 택한다. 물론 이 영화에도 남성과의 로맨스는 있다. 안나와 얼음장수 크리스토프의 관계는 고전적인 3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다른 디즈니 이성애 연애 이야기와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관계, 왕국의 수호, 정신적인 성장과 같은, 한 성에 제한되어 있지 않은 더 보편적인 문제들이다. 보통 때는 여자들에게 제한되어 있던 이 주제들을 드디어 디즈니와 픽사의 공주들이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즉 여성 캐릭터가 되기 이전에 성을 넘어선 보편적인 캐릭터가 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미래의 디즈니 공주들에게 얼마나 넓은 미개척지가 열리는지 생각해보라!

겨울왕국 ·  엘사 ·  남자 ·  여자 ·  디즈니 ·  만화 ·  공주 ·  렛잇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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